몇 년전 김포에 있는 해병 제2사단 청룡회관에서 동기회 할 때 하사관학교 시절 중대장님과 구대장님을(소대장) 모셨다.

하사관학교 시절 이야기는 참으로 감칠 맛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지옥이었지만.....

한 밤중이고 새벽이고 시도 때도 날씨도 가리지 않고 걸리던 비상.
해안가에 위치하였으므로 차거운 바닷바람에 전기줄이 윙윙 울던 잔뜩 언 연병장에서 눕고 기고 찬 물을 쪽쪽 뿌리던 몸서리나는 그 시정의 이야기가 이제는 이렇게 구수할지는 그 당시는 몰랐으리........

비상이 과업표에 나왔 있으냐고 구대장님께 물었더니 비상은 구대장 마음대로 걸 수 있다 한다.

하사관학교와 통신교육대를 수료하고 배치 받은 곳이 ‘근무대대’였다.
얼마나 빡시면 근무대대라고 하였을까 생각하였으나 그것이 아니었다.
특과대대인 것이다.
 
보병연대에 떨어진 동기 놈들은 죽은 맛이란다.
“너희들 훈련소 생활이 편한 줄 알아라. 실무에 가면 지옥이다“
하사관학교 때 구대장님이 하신 말씀을 보병연대에 있는 동기생들은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기수 빠따‘
보병연대에 근무하는 동기생은 마냥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
특과대대인 근무대대도 집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병연대보다 그리 심하지 않았다.
후임이 올 때 까지 당직완장은 늘 꿰고 다니는 것은 같기는 하지만.....

보병연대에 근무하는 동기생들이 겪은 고초를 나는 월남에서 겪었다.
대대본부에 하사만 30명 이상이다.
선배의 명에 의해 집합하면 모포도 뚫는다는 모기에게 뜯기며 부동자세로 보통 5시간은 예사다.
실무생활 2개월 남직하고 월남에 갔으니 후임이란 있을 수 없다.
선배순대로 돌아가며 훈시하고 선배순대로 때때로 빠따를 때리니 이거야 싸우러 월남에 왔는지 맞으려고 왔는지 도통 분간하지 못할 정도다. 그저 때리면 맞는 것이 하사관학교 때부터 겪은 것이기에 수류탄과 실탄이 지천에 널려있지만 사고는 전혀 없다.

기실 나도 하사지만 중사나 중대장 대대장보다 같은 선배하사가 무서웠다.

월남에 갈 때, 선미에는 맹호부대가 후미에는 청룡부대가 승선하였다.
매일 점검이 있는데 함장이 흰 장갑을 끼고 이리저리 만져 보다가 먼지가 묻으면 점검불량이다.
점검불량이면 재점검이 기다리고 있다.
월남에 도착하기 전 까지 5박 6일 동안 청룡부대는 단 한 차례도 점검불량이 없었으나 맹호부대는 점검불량으로 재점검에 재재점검이 예사였다. 해병대는 재점검이란 곧 죽음이라 열심히 한다.

청룡부대는 하사가 그것도 신빙하사가 병을 통솔하는데 맹호부대는 병을 지휘하는 사람이 상사나 심지어 장교였고 하사는 병과 같이 작업하고 있다. 해병대는 하사가 병을 통솔할 수 있으나 육군은 하사가 병을 통솔하지 못하였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동기생들과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