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rticleList.nhn?clubid=11956410&menuid=&boardtype=B&artcount=57&page=7
하이쿠의 정의와 특징
1. 하이쿠의 정의 하이쿠(俳句)는 5,7,5의 음수율을 지닌 17자로 된 일본의 짧은 정형시를 일컫는 말이다. 하이쿠는 세계에서 그 유래를 보기 드문 짧은 시로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대중시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다. 전통적인 하이쿠는 계절을 상징하는 계어(季語)가 필히 있어야 하며 짧은 시의 형태인 만큼 한꺼번에 읽어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기레지(切字)라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계절어는 계절을 상징하는 시어를 가리키는 말로, 특정한 계절을 환기시키면서 오랜 일본시가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미의식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매화와 벚꽃이 봄이라면 명월이나 별 등은 가을이다. 이런 것이 계절어이다. 또한 바람이나 비라도 항상 같은 바람이나 비가 아니고 여름이라면 훈풍이나 청풍, 남풍이 불고 비라면 매화비, 꽃비, 여름비, 이슬비, 소낙비 등이 있다. 왜 하이쿠에 계절어가 필요한가 하면 절단된 형태로 무엇인가를 표현하려면 갑자기 떠오르지도 않고 무리가 온다. 그러므로 [말하지 않는 표현]이 필요하게 된다. [묘사하지 않음으로써 묘사하는 이상의 표현을 하는] 것이 하이쿠의 중심이념이다. 자유스럽게 말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비로소 하이쿠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나 표현하지 않고 표현하려고 하면 혼란이 온다. 그러므로 풍부한 영상을 떠올리는 언어가 필요하게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 계절어가 그 역할을 하게 된다. 일본인은 누구나 [우매(梅)]라는 글자를 보면 아직도 찬바람 속에 뜰에 한 두 송이 피기 시작하는 매화의 풍경을 상상하고 곧 겨울이 가고 봄이 올 것이라는 꽃 내음을 맡는다. 길게 쓰여 지지 않아도 그러한 정경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계절어의 효과이다. 왜 계절어가 춘하추동에 기인하느냐 하면 계절과 연관된 감각은 몇 백년이 지나도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계절어의 존재 이유이다. 그러므로 계절어는 춘하추동을 읽어내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이쿠의 표현을 성립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또한 기레지(切字)는 5, 7, 5 음율의 어느 한 단락에서 끊어줌으로써 강한 영탄이나 여운을 줄 때 사용하는 표현을 지칭한다. 예컨대『∼や(∼이여)』『∼かな(∼로다)』『∼けり(∼구나)』와 같은 것이다. 기레지는 짧은 시의 폐단이라 할 수 있는 단순구조를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된다. 짧은 시의 어느 한 부분을 끊어줌으로써 그 다음 부분과의 산순 연결을 피하고 중층적인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이러한 형식을 통해 해학적이고 응축된 어휘로 인정(人情)과 사물의 기미(機微)를 재치 있게 표현하는 이 하이쿠는 일본의 와카[和歌]와 함께 일본 시가문학의 커다란 장르를 이루고 있다. 2. 하이쿠의 특징 하이쿠는 위에서 언급한 계절어와 가레지라는 형식적인 특징 외에도 내용면에서 독특한 성격을 갖는다. 대야의 목물 / 버릴 곳이 없는 / 벌레 소리” (오니쓰라) “나팔꽃 넝쿨에 / 두레박줄 빼앗겨 / 얻어 마신 물” (치요조) 이 두 편의 하이쿠를 통해 우리는 하이쿠의 특징을 찾아낼 수 있다. 가을 밤 풀벌레 소리가 너무 아름답고 쓸쓸하다’는 식의 직설적인 서술이 아니라, 그 풀벌레 울음을 차마 멈추게 할 수 없어 대야 물을 못 버린다고 돌려서 표현하거나 하루 저녁에 두레박줄을 감고 있는 나팔꽃 넝쿨을 보고 가을 아침 자연의 오묘함에 감동하여 차마 넝쿨을 치우지 못하고 물을 얻어 마신다고 말을 돌리고 있는 부분에서 우리는 하이쿠의 암시적 표현방법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하이쿠에는 은연중에 해학이 표현된다. 위의 ‘풀벌레’ 하이쿠의 패러디로 “오니쓰라는 밤새도록 물대야를 / 들고 다녔네 (물을 쏟을 수가 없으니)라는 하이쿠가 나왔듯이 물 대야를 들고 어정쩡하게 서 있는 모습이라든가, “어머, 이 나팔꽃 좀 봐! 물 길어야 되는데…” 라며 멍청히 서 있는 사람의 표정을 떠올리면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유명한 하이쿠작가 바쇼는 ‘건곤(乾坤)의 변화는 문학의 씨앗’이라고도 하고 ‘사계절은 하이쿠의 친구’, ‘변화 속에 파고들어 정을 느낄 때 하이쿠는 저절로 된다’고 했다. 이처럼 하이쿠에서는 인간과 자연을 동일시하여 찰나의 아름다움을 포착한다. 인간은 어차피 스러져가는 존재이며, 같이 스러져가는 존재로서 자연과 동일시될 때 정서의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고 감성적 미학이 생겨난다고 본 것이다. 계절의 단면을 포착하여 그곳에서 계절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하이쿠의 예는 다음과 같다. 모기소리 난다 / 인동덩굴 꽃잎이 / 떨어질 때마다 (부손) 무지개를 토하고 / 막 피어나려는 / 모란이여 (부손) 바위산의 / 바위보다 더 하얀 / 가을바람 (바쇼) 도미자반의 / 잇몸도 추워라 / 어물전 좌판 (바쇼) 파를 하얗게 / 씻어서 쌓아놓은 / 매운 추위여 (바쇼) 마지막으로 하이쿠는 집단의 놀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발생과정을 보면 하이쿠는 문예공동체 속에서 감성적 교감을 즐기는 일종의 놀이였다. 그리고 하이쿠의5/7/5, 17음은 처음부터 독립적으로 읊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5/7/5와 7/7을 교대로 이어서 읊던 렌쿠(連句)에서 발전한 것이다. 렌쿠는 전체 작품의 통일성을 노린 것이 아니라 전후 구의 조화와 전환의 묘미를 즐기는 문학이었는데, 그러려면 서로 이어서 읊는 각각의 시적 세계에 대한 깊은 공감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하이쿠는 서로의 미적 공감대를 향유하는 희열을 즐기는 고차원적 유희였던 것이다. 일본인들이 일상생활에서도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그때그때의 분위기에 맞춰서 우회적인 표현을 잘 한다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아는 사실이다. 하이쿠는 바로 이러한 일본적인 언어표현의 핵심이다. 집단 속에서 이미 많은 부분의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그 가운데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암시적인 언어들만 표현된 하이쿠는 표현 이상으로 긴밀한 정서적 교감을 가져다준다. 
|
| 
|
 하이쿠란? |
 일본의 하이쿠와 마츠오 바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