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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오 바쇼오의 하이쿠 / 유옥희
마츠오바쇼의 하이쿠(유옥희) 중에서.. 1 하이쿠란 무엇인가? 우선 5·7·5의 음수율을 지닌 17자로 된 일본의 짧은 정형시라고 소개해 두자. 하이쿠는 세계에서그 유래를 보기 드문 짧은 시로,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으면서 오늘날의 대중시로서도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에서 번역한 마츠오 바쇼오는 한낱 말장난에 불과했던 초기 하이쿠에 자연과 인생의 의미를 담아 문학의 한 장르로 완성시킨 인물이다. 구미 각국에서는 자국어로 하이쿠 창작을 할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하이쿠의 세계화라는 것도 결국 일본의 경제력이 뒷받침된 점이 적지 않겠지만 이 시가 지닌 어떤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체 그것이 무엇일까? 번역시에서 느낄 수 있듯이 하이쿠는 주해(註解) 없이는 이해하기 곤란한 애매함을 지니고 있다. 육하원칙에 논리를 무시하여 애매하게 쓴다고도 할 수 있다. 육하원칙에 따른 사실의 진술은 논리적이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처럼 공유하는 부분이 많은 사이는 간단한 명사만 나열해도 충분히 통한다. 이때 형식논리는 오히려 거부된다. 하이쿠도 그와 같다. 이 글의 후반에서 따로 언급하겠지만 하이쿠는 원래 여러 명이 모인 문예 공동체의 문학인 중세의 렌카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서로 공감하는 많은 부분을 과감히 생략할 수 있었다. 하이쿠는 일종의 점의 배열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점을 연결해서 하나의 선이나 공간으로 느끼는 감각이 갖추어져 있다. 최소한의 적절한 소재, 즉 점의 배치만 있을 뿐이지 슬프다든지 아름답다든지 하는 서술을 과감히 여백 처리해 버리는 것이다. 생략이 많은 표현, 다양한 해석과 함축이 있는 표현일수록 하이쿠적 효과가 살아난다. 그 여백은 독자의 상상력으로 메꾸어져서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하이쿠가 유럽에 소개되어 주목을 끈 것도 이러한 암시성 때문이었다. 1910년대 에즈라 파운드를 중심으로 한 이미지즘이 일어났을 때 하이쿠가 유럽에 소개되었다. 이러한 암시성은 상당 부분 계어와 기레지라는 형식이 뒷받침하고 있다. 계어라는 것은 계절을 상징하는 시어이다. 계어는 특정한 계절을 환기시키면서 오랜 일본 시가의 흐름에서 형성된 미의식을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어느 나라든 시어가 지니는 전통적인 이미지가 있겠지만 계어라는 필수적인 형식을 지니고 있는 하이쿠의 경우는 그 형식으로 인하여 유형화된 미의식이 있다. 예컨대 바쇼가 즐겨 쓴 (시구레(時雨:초겨울에 지나가는 비)>는 겨울의 계어인데 단순히 겨울이라는 계절적 배경을 마련하는데 그치지 않고 옛 시인들이 무수히 읊어온 시구레의 시적인 이미지와 감각을 등에 업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쓸쓸하다든지 무상하다든지 하는 서술을 생략하여 시적인 공간을 확대할 수 있다. 이러한 계어를 사계절로 나누어 그 유래를 설명한 것이 현재 무수히 많이 나와 있는 세시기이다. 우리나라는 세시기라고 하면 세시풍속을 나타내는 의미로 쓰이고 있으나 일본의 세시기는 그 세시풍속을 위시하여 동식물, 기상, 천문, 연중행사, 인간의 감각 등 모든 계절 감각을 환기할 수 있는 언어를 망라하고 있으며, 요즈음은 천연색 사진도 함께 실어서 하이쿠 창작의 기본 참고서가 되고 있다. 기레지는 5·7·5 음률의 어느 한 단락에서 끊어줌으로써 강한 여운을 줄 때 조사나 조동사를 가리킨다. 예컨대 이여, 로다, 구나 와 같은 것이다. 단순한 서술은 문장의 한 단편처럼 보여서 무의미할 수 있지만 구중(句中)이나 구말(句末)을 강하게 끊음으로써 영탄의 느낌을 부여하면서 짧은 시의 시공간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하이쿠에서는 이것이 진부하다는 주장도 있어서 영탄조의 기레지를 쓰지 않고 의미의 단락을 지우는 방법도 많이 쓰고 있다. 그러나 기레지를 쓰든, 쓰지 않든, 단시형의 문학 형태에서 서술을 극도로 생략하면서 중층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것은 어느 한 구절에서 의미의 단락을 짓는 것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왜 이런 시 형식이 정착되었는가? 우선 일본이라는 나라를 한번 생각해 보자. 일본은 섬나라인 관계로 온대와 아열대적 기후를 동시에 지니고 있어서 우리보다 비가 자주 오며 다습하다. 유럽에 널리 알려진 와츠지 테츠로오의 '풍토'에서 와츠지는 유럽에 잡초가 별로 없음을 보고 놀랐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유럽이 일본보다 비가 적은 데서 그 요인을 찾고 있다. 한때 일본의 비 이름을 조사해 본 적이 있는데, 그 내리는 양상과 계절에 따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이름들이 있음에 놀랐었다. 비가 잦다는 것은 그 만큼 날씨의 변화가 심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비 한번 올 적마다 점점 추워지고 비 한번 올 적마다 점점 더워진다라는 표현처럼 계절마다 자주 내리는 비는 동반되는 바람과 함께 날씨의 변화를 다양하게 한다. 비가 많음은 또한 사람들을 내향적으로 만든다. 비 오는 날은 외출을 않고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거나 내면적으로 침잠하는 수가 많음은 우리네 경험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이쿠 이야기를 하면서 비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은, 비로 인한 다양한 식물, 변화무쌍한 날씨, 내향적인 일본인들의 성향, 이러한 요소들이 하우쿠가 오늘날까지 대중적인 전통시로 남게 된 토양이 되어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이쿠의 우리 말 번역을 지극히 어렵게 만드는 무수한 동식물들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식물의 다양함은 그만큼 그들에 대해 민감하게 만들고, 변화무쌍한 날씨는 변화 그 자체를 아름답게 보는 미의식을 낳게 한다. 그리고 내향적인 성향은 속내를 직설적으로 드러내 보이지 않고 함축적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미덕으로 만든다. 변화의 미를 추구하는 일본인의 성향은 불교가 그 사상적 틀을 마련해 주었다. 유교는 무사들의 수직적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정치 이론으로는 적극 받아들여졌지만 서민들의 기본 정서를 지배할 만큼 민간에 침투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일찍이 도입된 불교의 <무상(無常)>은, - 허무주의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 변화가 잦은 일본의 풍토와 부합하여 찰나적인 미를 추구하는 문학의 기본 틀을 마련한다. 중세의 수필[츠레즈레구사]에 나와 있듯이 이 세상은 무상하기 때문에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며 죽음이 있기 때문에 인생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세계관을 형성한다. 가령 윤선도의 [오우가]에서 추구하는 변화되지 않는 불멸의 아름다움은 일본적인 문학의 범주에서는 제외되어 있었다. 일본인의 생을 좌우하는 것은 한마디로 <변함없는 유례>가 아니라 <변화하는 미>라고 할 수 있을까? 벚꽃같이 아름답게 미적으로 지는 것이 극단적으로 발전하면 할복자살이요 가미가제 특공대이기도 한 것이다. 불륜의 사랑이 그토록 아름답게 미화되는 것도 윤리라는 잣대로서가 아니라 순간순간이 아름다우면 족한 것이기 때문이며 일본인의 <미>의식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하이쿠란 결국 무한한 시간의 흐름을 찰나적으로 자른 그 단면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을까? 혹은 찰나 속에서 영원을 보려 한다는 표현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마츠오바쇼의 하이쿠(유옥희) 중에서.. 2 하이쿠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그 기본적인 정조의 바탕이 마련된 와카(5·7·5·7의 음률로 된 시)와 렌카(5·7·5와 7·7을 번갈아 읊는 시)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섬나라 일본이 8,9세기 무렵 백제 귀화인들이나 당나라에 파견된 견당사들에 의해 소개된 한시에 심취했을 때가 있었다. [문선]이나 [백씨문집]과 같은 것은 귀족들의 필독서였다. 한시는 귀족들을 자극시켜 문학의 기본적인 토양을 마련한다. 그러나 당의 패망, 한반도와의 단절 등에 의해 대륙과의 교류가 끊어지고 귀족들은 다시금 바다에 둘러싸인 섬에 갇혀 일본적인 것을 즐기게 된다. 지금도 일본적인 문학의 전통이라면 이 헤이안 시대를 표본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당풍에 대응하는 화풍이 시작된 것이다. 한시, 히라가나 문자의 보급과 함께 일본어 자체의 운율과 리듬을 살리면서 섬세함과 유미적인 요소로 귀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게 된다. 와카는 가는 붓으로 흘리듯이 쓰는 그 글자처럼 선이 가늘고 섬세함을 기본적인 정도로 하는 문학이다. 변화를 애달퍼 하고 변화하는 자연에 심경을 가탁하여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상징으로 보여주는 것, 이러한 와카에 이미 일본시의 방향성이 배태되고 있었던 것이다. 와카에 어울리는 소재는 화사하고 풍만한 모란꽃보다 가련하고 애절함을 풍기는 이슬 머금은 풀꽃들이었다. 음풍영월(吟風詠月)만이 시가 아니라 이름조차 붙여주지 않았던 길가의 풀꽃들이 시로 승화될 수 있는 것이 일본 시의 하나의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이쿠의 경우도 풀꽃이나 새 이름 등을 우리 말로 번역하기 위해 동식물도감을 들춰야 하는 일이 많은데 친근하지 않은 학명을 써야 할 때 시적인 맛을 망치게 되는 것이 번역의 어려움중의 하나이다. 5·7·5·7·7의 운율인 와카가 중세의 전란기를 맞아 지방을 떠돌아다니는 문인들에 의해 5·7·5와 7·7을 나누어서 여러 사람이 번갈아 읊는 렌카라는 형태로 발전한다. 두세 명 혹은 여섯 명 정도가 모여서 시를 이어 읊으며 앞 구와의 조화를 노리거나 전환의 정도가 모여서 시를 이어 읊으며 앞 구와의 조화를 노리거나 전환의 묘미를 노리는 렌카는 난세를 살아가는 문인들의 고차원적인 유희였다. 무언으로 통하는 미의식의 공유에서 오는 희열 혹은 깊은 인생의 비애를 공감하는 감격을 맛보며, 렌카의 매력에 떠돌이 문인들은 깊이 빠져들었다. 이러한 일종의 집단의 문학형태에 있어서는 작자가 곧 독자이며, 독자가 고도 작자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오가타 츠토무씨가 이야기하는 <문예공동체의 문학>인 것이다. 집단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는 공통된 미의식(이때 계어는 고정된 미의식을 지니는 언어로써 렌카 짓기의 편리함을 제공하며 확고하게 형식이 굳어진다. 선행하는 와카에서는 계어라는 형식은 없었다)과 까다로운 규칙이 필요했다. 렌카가 유랑하는 난세의 문인들을 급속도로 끌어들이긴 했지만 거꾸로 이 규칙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 근세 서민사회로 들어오면서 재력을 바탕으로 한 상인들에 의해 렌카는 강한 유희성을 띠게 된다. 고전에 대한 깊은 조예가 없었던 상인들은 렌카라는 형식을 말장난의 문학으로 발전시켜 지식에 대한 상승 욕구를 채우며 희희낙락하는 유흥의 도구로 삼았다. 이것이 바로 <해학>이라는 의미의 <하이까이>였다. 이러한 상인들의 문학적 영위는 시를 서민화 대중화하는 데는 지대한 역할을 하게 된다. 와카와 렌카는 우아한 시어가 아니면 쓸 수가 없었으나 일상어, 한자 등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대중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 하이까이의 첫 구 즉 홋쿠 5·7·5는 반드시 계어를 넣어야 하며 그 자체로써 완결성이 요구되었기 때문에 차츰 단독으로도 읊어지게 되어 오늘날의 하이쿠 형식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희희낙락하는 말장난이었던 초기의 하이쿠는 일종의 유희로서는 가치가 있었을지언정 서민들의 진정한 애환을 담아낼 수가 없었으며 더욱이 문학성은 아예 기대할 수가 없었다. 여기에 바쇼의 고뇌가 있었던 것이다. 마츠오바쇼의 하이쿠(유옥희) 중에서.. 3 마츠오 바쇼는 17세기를 살다 간 인물이다. 우리나라의 윤선도가 주로 17세기를 문학적 무대로 삼고 있기 때문에 횡적으로 대개 그 시기를 같이 한다. 혹자는 바쇼가 방랑시인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김삿갓과 비교하는 사람도 많으나, 생존한 시기나 한시에 심취했던 점, 자연에 몰입한 점 등에 있어서 오히려 윤선도에 비견된다 함이 옳을 것이다. 단,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의 윤선도는 유교적인 토양에서 시를 썼지만 바쇼는 불교적인 토양에서 시를 썼다는 점이 다르다. 바쇼는 초기 하이쿠가 골계 위주의 말장난으로 일관했던 것을 반성하고, 자연시의 위치에까지 끌어올려 일본의 민중시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그는 결혼도 하지 않고 고전을 탐독하고 방랑의 일생을 보내면서 부단한 수행을 통해 하이쿠를 문학의 한 장르로 완성시켰다. 바쇼는 하이쿠의 스승으로서 부를 축적할 수도 있었지만 유희적인 하이쿠에 환멸을 느끼고 1680년 스미다 강면의 후카가와에 은거한다. 그는 극도의 빈한함에 자족하며 중국의 두보, 백거이, 소동파 등의 시풍에 심취하여 한시적인 요소로 하이쿠를 일신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1684년 돌연 암자 생활을 정리하고 방랑의 길을 떠나게 된다. 몇 번의 단기간의 짧은 기행을 거쳐 1689년에는 7개월에 걸친 장도의 동북여행을 떠난다. 일상을 벗어나 표박(떠돈다는 의미)의 생을 견지함으로써 자연과 친화하고 전통을 접하고자 함이었다. - 해와 달은 백년과객이며, 오고가는 해 또한 나그네이다. 뱃전에 생애를 띄워보내고 말 고삐 붙잡은 채 늙음을 맞는 사람은 나날이 나그네 길이며, 말 꼬삐 붙잡은 채 늙음을 맞는 사람은 나날이 나그네 길이며, 나그네길이 내 집이다. 옛사람도 무수히 나그네 길에서 생을 마쳤다. 나도 언제부턴가 조각구름을 쓸어가는 바람에 이끌려, 방랑 벽을 가눌 수가 없구나.- 이는 유명한 바쇼의 [동북기행]의 모두(冒頭)이다. 여기에도 나타나듯이 바쇼의 전통에 대한 몰입은 앞서 얘기한 한 시인을 비롯하여 사이쇼, 소오기와 같은 일본의 선인들의 시혼(詩魂)을 배우는 것이었다. 그것은 옛 선인들의 것을 그대로 답하여 선인의 작품을 서책으로만 접하지 않고 그들의 작품의 배경이 된 것들을 순례하는 것이 여행의 주 목적이었다. 오랜 방랑 끝에 바쇼가 궁극적으로 얻은 것은 노장(老莊)적인 자연이었다. 하이까이를 행하는 사람은 조화(造化)를 따라서 사계(四季)를 친구로 삼는다... 조화를 따라서 조화로 돌아가라 (오이노 코부미)- 소나무에 대한 것은 소나무한테 배우고, 대나무에 관한 것은 대나무한테 배워라 - (산죠) 이것은 한 마디로 <조화수순(造化隨順)>이라고 일컬어지며, 노장사상의 영향을 받은 바쇼의 자연관을 상징하는 것이다. 모든 인위적이고 주관적인 것을 벗어버리고 자연과 친화함으로써 생성 변화하는 만물의 조화의 원리에 따르라는 것이다. 즉, 주관과 기교를 버리고 자연과의 일체화를 주장하는 장자의 <제물론>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영원한 전통과 새로운 창조 사이의 모순을 안고 있던 바쇼가 오랜 방랑 끝에 변함 없는 선인들의 시혼과 만물의 부단한 변화의 아름다움에 접한 후, 마코토(진실)에 근거한 부단한 변화야말로 만물의 본질이라고 깨달은 것이다. <건곤(乾坤)의 변화는 문학의 씨앗이다.> 그러므로 변화의 순간을 진실되게 마음에 새기면 <작품을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저절로)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사상적 바탕 하에 바쇼의 시풍은 수식이나 주관을 배제한 본질적인 미 <사비>의 경지를 궁극적으로 추구한다. <사비>란 한적하면서도 수수하고 고담한 경지를 일컫는 것으로 귀족적인 우아함을 추구하는 유미적인 <미야비>와는 대조적인 서민적인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빈한한 생활의 미학인 <와비>와 함께 후에 다도(茶道)의 기본 이념으로 이어졌다. 일본의 시가는 종래 관념과 유미주의의 틀에 갇혀 유형화되어 있었다. 바쇼는 오랜 방랑을 통해 자연과 인생의 의미를 찾고 그것을 서민의 현실 속에서 추구하여 하이쿠를 서민적인 애환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발전시켰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까지 하이쿠가 민중시로 남을 수 있는 바탕이 되었던 것이다. 바쇼는 1694년 방랑에 병들어 / 꿈은 마른 들판을 / 헤매고 돈다라는 임종 시를 남기고 방랑시인답게 오오사카에서 객사했다. 마츠오바쇼의 하이쿠(유옥희) 중에서.. 4 하이쿠의 번역은 가능한가? 받침이 적은 일본어 발음의 청각적인 맛은 아예 전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하이쿠의 본령인 상징, 기지, 여맥의 미를 살려 우리 말의 5,7,5음에 담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짧은 하이쿠에 쓰인 하나하나의 언어는 오랜 풍토적 역사적 의미를 등에 업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대한 적절한 언어를 골라 번역해도 우리 말이 주는 전통적인 뉘앙스와 차이가 날 때 시상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영시 번역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하이쿠는 극도로 짧아서 다른 말로 보충 이해를 할 수가 없는 난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시상의 같고 다름을 알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또한 문화 이해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인간이 지닌 희로애락의 감정은 사람 사는 곳이면 세계 어디를 가든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희로애락을 느끼는 대상은 다를 수 있다. 어떤 대상에 대해서 누군가는 지극히 기뻐하고 누군가는 지극히 노여워한다면 자연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가. 희로애락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 것도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인들은 모든 것을 내보여줌은 미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잃은 장례식에서 어머니가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는 모습에서 일본인들은 그 어머니의 더욱 깊은 슬픔을 본다. 이때 우리가 그녀를 <독한여자>라고만 말한다면 그 다음 패턴과 표현하지 않음의 미를 나타내는 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이쿠를 읽을 때 <일본인들은 이럴 때 이렇게 표현하는구나!>라는 것을 느낀다면 그것이 인간적인 대화의 출발점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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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石
2007-03-2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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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치유신(1868) 이후 일본의 근대화가 거의 서양문물의 수입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을 때, 일본이 거의 유일하게 수출한 문화가 하이쿠였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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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하이쿠선집 |
 짧은 시를 읽고 긴 글을 쓰다 / 류시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