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 기사입력 2006-03-02 12:12

"일본 하이쿠(俳句·5·7·5의 3구(句) 17자로 된 짧은 일본 정형시)를 국내에 소개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시조 등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도 앞장서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천년고도 경주에 한국하이쿠연구원을 개원한 곽대기(50·동부산대 명예교수) 원장. 경남 진주에서 초중고교 및 대학까지 나오고 부산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곽 원장이지만 경주야말로 한국인의 아이덴티티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이라는 생각에 굳이 삶의 터전을 경주로 옮겨 연구원을 개원하게 되었다.

"근무 중인 대학에선 이달 1일부터 명예교수가 되면서 학교 수업도 대폭 줄어들어 경주에 머물 시간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연구원도 현재는 사무국장만 채용한 상태지만 조만간 객원연구원도 위촉하고,저널 발간,세미나 개최 및 일반인 강좌 등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하이쿠 대회'도 더 내실있게 치러야 되겠지요

"곽 원장은 일본 하이쿠의 대가인 바쇼(芭蕉·1644~1694) 연구로 부산서는 제1호,국내서는 제2호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 현재 하이쿠를 연구하는 국내 단체는 '바쇼 하이쿠 연구회'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정도로 드물다.

"현재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하이쿠 연구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시조의 세계화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하이쿠는 국적이나 연령,성별을 초월해 누구나 즐길 수 있고,세계적으로도 알려진 일본문화 가운데 하나지만 국내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도 제가 이 일을 하게 된 동기입니다.

"그에 따르면 일본에서 하이쿠를 즐겨 짓는 사람들은 줄잡아 1천만명. 그중 관련 잡지에 글을 발표하는 사람도 약 3천명. 곽 원장은 이들 보통의 일본사람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경주 등지에서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한 뒤 하이쿠 한두 구(句)쯤 짓고 돌아가게 한다면,그리고 그들에게 역시 자연과 인생을 노래하는 한국의 전통 정형시 시조를 비교·소개할 수 있다면 또 다른 의미의 한류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이쿠의 세계화 과정을 보면서 우리 것의 세계화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일본어 중에는 쓰나미,젠(禪),토후(豆腐) 등 국제어로 변한 것이 약 900여개 인데 비해 우리말은 고작 10여개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 김은영기자 key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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